알바 35일 차
지난주에 사랑니를 발치를 했다.
무려 누워있는 매복 사랑니...
하나도 안나는 사람도 있는데, 왜 나는 4개 모두 나서 이 고생인지...
약 15년 전에 3개를 빼고, 하나만 남겨뒀는데 이놈이 이제 와서 발작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빼버렸다.
옆으로 누운 매복 사랑니라 당연히 잇몸 난도질에 조각조각 내서 힘들게 발치를 했다.
그 덕에 지금 진통제를 달고 살고 있다.
턱은 아프지만, 그래도 알바는 계속되어야 한다.
진통제를 먹고 일을 시작했다.
오늘따라 사람들하고 부딪힐 것 같고, 사람들이 옮기는 택배에 턱을 맞을 것 같아서 더 조심했다.
안 그래도 내 턱이 내 턱이 아닌데, 여기에 한 방 맞으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다.

오늘도 2 하치장으로 팔려갔다.
언제나처럼 3 하치장만 아니면 되니까 큰 부담은 없었다.
그런데, 오늘따라 2 하치장 소장님도 뭔가 제재를 하고 또 우리 소장님도 그걸 그대로 따른다.
그동안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는데, 5분씩만 교대로 쉬라고 하고, 자꾸 지시를 한다.
우리 나와바리가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, 여태까지는 그렇게 간섭하지는 않았다.
심지어 우리 소장님이 퇴근까지도 2 하치장 소장님한테 허락을 받다니...
맘에 들지는 않지만,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했으니, 최대한 따르는 시늉이라도 해야지
나의 루틴대로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, 일단 오늘은 우리 소장이 쉬라고 할 때마다 가서 쉬었다.
시간도 10분도 쉬지 않고 금방 금방 돌아왔다.
그래서 그런지 열심히 일해도 시간도 잘 안 가고 뭔가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었다.

오늘따라 지게차들도 일을 안 하는 건지 옮길 곳이 없는 건지 도무지 팔레트 정리를 하지 않았다.
각 번호의 택배가 잔뜩 쌓여있는 팔레트들을 치워줘야 정리가 되고 일꾼들도 계속 택배를 옮기는데, 팔레트를 치우지 않으니 그 앞 바닥에 그냥 택배를 쌓아야 했다.
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비좁은 작업 환경이 더 좁아서 계속 부딪히게 되고, 나중에 팔레트를 치우면 다시 새로운 팔레트에 다시 택배를 쌓아야 해서 두 번 일하게 된다.
한마디로 짜증 나는 상황이다.
안 그래도 사랑니 때문에 아파서 신경 쓰이는데, 저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...
이럴 때는 '아 몰랑'이 최고다.
괜히 여기저기 나서서 뭘 해결하려고 하면 진짜 힘들다.
그냥 나대지 말고 묵묵히 택배만 옮기는 것이 답이다.
어차피 사람도 많고,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 사공이 노 젓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.
중간에 타이레놀 하나 더 먹고 어찌어찌 또 버텨냈다.
바람이 있다면 내일은 팔려가지 말고 홈그라운드에서 일했으면 좋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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